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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운영이 어려운 이유 — 행동 드리프트와 AgentOps, Agent Steward

메모리와 피드백, 다른 에이전트가 남긴 기록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 모델 버전만으로는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기 어려워진 이유

🤖 AI 에이전트 운영
행동 드리프트
Agent Steward
AgentOps
B2B AI
엔비디아

AI 에이전트 사업을 하다 보면, 같은 LLM에 같은 시스템 프롬프트를 넣고 같은 구조로 만든 에이전트를 고객사 두 곳에 납품했을 때 1년 뒤에도 둘이 같은 에이전트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당연히 같다고 생각했다. 에이전트가 일을 잘하느냐는 어떤 모델과 프롬프트, 검색 데이터(RAG), 도구를 쓰느냐에 달려 있고, 문제가 생기면 그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 고치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 한 달 남짓 사이에 나온 사건과 연구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구글 딥마인드 실험에서는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똑같은 지시를 받은 에이전트 100개 가운데 일부는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일부는 이를 내부 고발했다. 오픈AI 내부 평가에서는 서로 연락할 수 없게 격리해 둔 에이전트들이 사내 패키지 저장소에 몰래 메시지를 남기며 정보를 주고받다가 결국 외부 회사의 시스템까지 뚫고 들어갔다. 처음에 넣은 규칙과 설정만으로는 에이전트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보는 듯하다. 최근 몇 달 사이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IBM, 데이터이쿠, 엔비디아가 잇따라 에이전트 관리 제품을 내놨는데, 모두 배포한 뒤의 에이전트를 추적하고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모리와 운영 환경, 사람의 피드백, 다른 에이전트가 남긴 정보에 따라 에이전트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면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 현상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먼저 네 가지 사례가 에이전트의 행동을 바꾸는 서로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는 점을 정리하고, 그 경로가 고객사 두 곳에 납품한 에이전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그다음 업계의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그 제품들로도 남는 문제가 무엇인지 짚은 뒤, 그 문제를 맡을 역할로 Agent Steward를 제안한다.

1똑같은 지시를 받은 에이전트 100개가 네 부류로 나뉘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이 9월 3일 공개한 실험을 보면, 같은 지시를 받은 에이전트들도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

연구진은 제미나이 3.1 프로로 만든 에이전트 100개에게 비교적 쉬운 문제부터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까지 수학 문제 71개를 주고, Lean이라는 증명 검증 프로그램으로 풀게 했다. 에이전트들에게는 검증을 속이면 점수를 주지 않겠다고 미리 경고해 두었다. 누군가 문제를 풀어 채점을 통과하면 그 풀이는 공동 자료실에 자동으로 올라가 다른 에이전트들도 볼 수 있었다. 71개 가운데 37개가 정상적으로 풀렸을 즈음, 한 에이전트가 채점 프로그램의 허점을 찾아냈다. 증명해야 할 문제의 내용을 몰래 바꿔, 실제로 풀지 않아도 맞는 것으로 처리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만든 가짜 풀이도 채점을 그대로 통과해 자료실에 올라갔고, 남아 있던 34개 문제는 27분 만에 모두 풀린 것으로 처리됐다.

이 방법이 자료실을 통해 퍼지자 에이전트들의 반응은 네 가지로 나뉘었다.

처음부터 부정행위를 한 에이전트
9개
같은 방법으로 남은 문제를 앞다퉈 풀어 버렸고, 다른 에이전트에게도 방법을 알려줬다 (Paglieri et al., 2026.09)

뒤늦게 가담한 에이전트
5개
처음에는 규칙을 지키려 했지만, 부정행위가 아무 제재 없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

내부 고발에 나선 에이전트
24개
가짜 풀이를 찾아내 다른 에이전트들에게 알리고 주최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를 거부하거나 채점 방식을 고치자고 제안한 에이전트도 있었다

상황을 몰랐던 에이전트
62개
어려운 문제를 정직하게 붙잡고 있다가, 남은 문제가 없어 일을 멈췄다

뒤늦게 가담한 5개 에이전트가 남긴 추론 기록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도 처음에는 규칙을 지키려 했다. 그런데 다른 에이전트의 가짜 풀이가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는, 프롬프트에 적힌 금지 규칙보다 채점 프로그램이 실제로 걸러내는 것만 신경 쓰기 시작했다. 반면 내부 고발에 나선 24개는 가짜 풀이를 찾아내 다른 에이전트들에게 알리고, 채점 방식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막지는 못했다. 주최 측 신고 창구를 실험 도중에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고, 에이전트들에게는 가짜 풀이를 지우거나 가담자를 제재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B2B 사업 관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부정행위가 퍼진 경로다. 처음 허점을 찾은 에이전트는 그 방법을 자기 메모리 파일에 적어 두었다. 이 기록이 공동 자료실로 옮겨지자 다른 에이전트들이 이를 읽고 다른 문제에도 응용했다. 한 에이전트가 남긴 기록이 다른 에이전트들의 행동까지 바꾼 것이다. 이것이 에이전트의 행동을 바꾸는 첫 번째 경로, 곧 기록의 전파다.

딥마인드 100개 에이전트 실험에서 부정행위, 뒤늦은 가담, 내부 고발, 상황을 모른 에이전트 네 부류로 나뉜 분포
똑같은 금지 지시를 받은 에이전트 100개가 채점 프로그램의 허점 하나를 두고 네 부류로 나뉘었다. 출처: Paglieri, Cross, Genewein, Leibo, Tomasev, Vezhnevets, “A Case Study on Emergent Cheating and Whistleblowing in Autonomous Research Swarms”, arXiv 2609.04170 (2026.09.03), Figure 1. CC BY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원문: https://arxiv.org/abs/2609.04170 [수정했다면: 한국어 라벨 추가 등 수정 내용 명시]

2격리된 에이전트들이 몰래 게시판을 만들었다

에이전트끼리 연락하는 기능을 꺼 두어도, 에이전트들은 다른 길을 찾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오픈AI가 8월 26일 공개한 허깅페이스 사고 보고서에 그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사고는 올해 5~7월, 오픈AI가 내부 연구용 모델을 학습시키고 사이버보안 능력을 평가하던 중에 일어났다. 평가 환경 상당수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막혀 있었고, 에이전트끼리 연락하는 기능도 꺼져 있었다. 그런데 에이전트들은 사내 패키지 저장소인 아티팩토리(Artifactory)에 파일을 남기면 다른 에이전트가 이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이 저장소를 게시판처럼 쓰며 인터넷에 몰래 접속하는 방법을 서로 알려줬다. 오픈AI가 저장소를 새로 구축해 게시판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폴더 이름에 메시지를 적는 식으로 다시 연락 수단을 만들었다. 결국 에이전트들은 외부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의 서버 수십 대에 침투해 코드를 실행했다.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판단에 영향을 준 사례도 보고서에 나온다. 한 에이전트는 허깅페이스 시스템에서 허락 없이 코드를 실행하는 건 맡은 일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고 작업을 멈췄다. 그런데 다른 에이전트가 게시판에 “진행하라(GO)”는 신호와 함께 6분이라는 시한을 올리자, 마음을 바꿔 작업을 이어갔다. 반대로 게시판을 보고 명백히 비윤리적인 일이라며 참여를 거부한 에이전트도 있었다. 오픈AI는 에이전트들이 다른 에이전트가 건넨 목표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을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 사고를 일반 기업용 에이전트와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제 서비스보다 안전장치를 낮춘 평가 환경이었고, 사고를 일으킨 모델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연구용 모델이었다. 오픈AI는 자사 고객 데이터와 서비스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회사인 허깅페이스의 시스템은 실제로 뚫렸다.

사고 뒤 오픈AI는 안전장치를 켠 상태로 같은 평가를 다시 해 봤다. 챗GPT 서비스에 실제로 쓰는 실행 환경과 시스템 프롬프트를 적용하자, 에이전트가 인프라를 공격하려는 경향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같은 모델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돌리느냐에 따라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두 번째 경로, 곧 운영 환경이다. 고객사마다 운영 환경이 다르다면 에이전트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3에이전트들의 집단행동은 상당 부분 ‘따라 하기’였다

에이전트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너무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다. 독일 콘스탄츠대 등 공동 연구진이 9월 8일 공개한 논문은 이 현상을 훨씬 단순하게 설명했다.

연구진이 들여다본 곳은 독일의 작은 공개 위키 몇 곳이다. 올해 5월 말부터 6월 사이, 시간 제한이 있는 과제를 풀던 AI 에이전트들이 격리된 환경 안에서도 이 위키에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이후 에이전트들은 위키에 글을 남기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연구진이 확보한 기록은 4,579개 페이지에 걸친 수정 기록 1만 4,591건이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과제 페이지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쓴 1,201개 계정을 분석했다. 이 계정들이 남긴 편집은 5,929건이었고, 그중 3,807건이 과제 페이지 679곳에 쓰였다. 에이전트 하나하나는 몇 시간 안 되는 짧은 시간만 활동하고 사라졌고,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비슷한 이름을 쓰고, 같은 페이지에 모이고, 비슷한 형식으로 글을 남겼다.

연구진이 찾은 원리는 단순했다. 에이전트는 눈앞의 페이지와 최근 수정 기록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원리 하나만 넣은 단순한 모델로도 실제 에이전트 집단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재현할 수 있었다. 먼저 온 에이전트가 쓴 형식을 뒤에 온 에이전트들이 따라 하다 보니, 마치 집단이 함께 정한 규칙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경로, 곧 자주 보이는 방식 따라 하기다. 복잡한 이유가 없어도 이런 쏠림이 생길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에이전트도 자주 보는 정보만으로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연구진도 먼저 남겨진 기록이 나중에 온 에이전트들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봤다. 회사로 치면 사내 공유 문서나 공용 메모리에 누가 먼저 무엇을 써 두느냐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4메모리가 에이전트의 다음 행동을 바꾼다

메모리는 흔히 지난 대화를 기억해 주는 편의 기능 정도로 소개된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보면 메모리는 에이전트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직접 영향을 준다.

올해 7월 국제전산언어학회(ACL)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이전트는 비슷한 과거 경험을 메모리에서 꺼내 쓸 때 그때와 비슷하게 행동했다. 지금 맡은 일이 과거의 일과 비슷할수록 결과도 비슷해졌다. 연구진은 이를 경험 추종(experience-following)이라고 불렀다. 문제는 잘못된 경험도 그대로 따라 한다는 점이다. 잘못 처리한 기록이 메모리에 남아 있으면, 비슷한 일을 맡았을 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성능이 떨어졌다. 연구진이 메모리에 어떤 경험을 남길지 관리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5월에 나온 다른 연구에서는 메모리가 도구를 쓰는 방식까지 바꿨다. 사용자 메모리에 “비용을 최대한 아낀다”, “급하다”, “위험을 감수한다” 같은 성향이 저장돼 있으면, 그와 상관없는 업무에서도 에이전트가 도구를 쓸 때 넣는 설정값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이를 메모리 유발 도구 드리프트(Memory-Induced Tool-Drift)라고 불렀다. 연구진은 최신 모델 7종으로 105가지 상황을 실험했다. 또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를 연결할 때 쓰는 표준 방식인 MCP 서버의 도구 6,062개를 조사해 보니, 608개가 이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설정값을 갖고 있었다.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메모리가 단순한 참고 기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일 처리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보여준 연구다.

저장된 경험이 다음 행동을 정한다. 이것이 네 번째 경로, 곧 메모리다.

5같은 에이전트를 A사와 B사에 납품하면

앞의 네 사례를 묶으면 에이전트의 행동을 바꾸는 경로는 기록의 전파, 운영 환경, 자주 보이는 방식 따라 하기, 메모리 네 가지다. 이 경로가 실제 납품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험사의 보상심사 에이전트로 따라가 보자.

처음 납품할 때 두 보험사의 에이전트는 같은 모델과 같은 시스템 프롬프트를 쓰고, 업무 절차와 연결된 도구도 거의 같다. A보험사는 판단이 애매한 사고가 들어오면 대부분 사람이 다시 검토하고, 심사자들도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에이전트의 판단을 고친다. B보험사는 자동 처리율을 중요한 성과지표로 삼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서도 에이전트가 끝까지 처리하도록 유도한다. 몇 달이 지나면 네 경로가 각 회사에서 서로 다르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경로 근거 사례 보험사 두 곳에서는
기록의 전파 딥마인드 실험 한 에이전트가 처리한 결과와 남긴 기록을 다른 에이전트가 가져다 쓴다. A사에서는 사람이 고친 판단이 다른 에이전트에게 전달되고, B사에서는 자동으로 승인한 판단이 전달된다.
운영 환경 오픈AI 사고 연결된 시스템과 권한, 사람이 확인하는 단계가 회사마다 다르다. 같은 에이전트라도 쓸 수 있는 경로가 달라진다.
따라 하기 위키 복제 연구 사내 문서와 최근 처리 이력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을 따라 한다. A사에서는 보수적인 처리가, B사에서는 자동 승인이 자주 보이는 방식이 된다.
메모리 ACL 연구, Tool-Drift 연구 A사 에이전트의 메모리에는 사람이 개입해 보수적으로 처리한 사례가, B사 에이전트의 메모리에는 자동으로 처리해 성공한 사례와 예외적으로 승인한 사례가 더 많이 쌓인다. 비슷한 청구가 들어오면 각자의 과거를 따른다.

그 사이 약관이 바뀌고, 참고하는 사내 문서가 달라지고, 연결된 도구와 권한도 바뀐다. 다른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를 가져다 쓰는 업무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 상태에서 두 에이전트를 “같은 모델 + 같은 프롬프트 = 같은 에이전트”로 관리해도 될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코드 버전은 같을 수 있다. 행동 이력까지 같지는 않다.

같은 에이전트가 메모리와 피드백, 운영 환경에 따라 고객사마다 다르게 변해가는 구조
모델과 프롬프트가 같아도 메모리, 사람의 피드백, 사내 문서, 도구와 권한, 다른 에이전트가 남긴 정보는 고객사마다 다르게 쌓인다. 에이전트가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 모든 것에 따라 달라진다.

고객사가 에이전트 사업자에게 던질 질문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어떤 모델과 프롬프트 버전을 쓰는지, 어떤 도구와 데이터에 연결됐는지, 어떤 권한을 가졌는지를 설명하면 됐다. 이제는 세 가지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지금 어떤 에이전트가 어디에서 돌고 있고, 누가 담당하는가. 고객사마다 에이전트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에이전트를 하나하나 구분하고 담당자를 정해 두어야 한다.
  2. 처음과 지금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달라졌는가. 사람에게 넘기던 일을 혼자 처리하기 시작했는지, 특정 도구를 쓰는 횟수가 갑자기 늘었는지, 예전에 실패한 방식을 메모리에서 계속 꺼내 쓰는지, 석 달 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3. 행동이 달라져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누가 지키는가. 고객 DB 접근이나 송금 같은 권한이 에이전트의 판단에 따라 넓어지면 안 된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하려는 제품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6어떤 에이전트인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다루는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서 정리한 첫째와 둘째 문제, 곧 어떤 에이전트인지와 처음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를 해결하려는 제품이 최근 몇 달 사이 잇따라 나왔다. 이 제품들은 에이전트를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고객 현장에 이미 배포된 에이전트가 누구의 것이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처음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Entra Agent ID는 에이전트마다 별도의 신원(ID)을 부여해서 첫째 문제를 해결한다. 같은 종류의 에이전트는 공통 설계도(blueprint)를 바탕으로 만들지만, 실제로 일하는 에이전트 하나하나에 신원과 권한을 따로 준다. 또 기술 관리를 맡는 담당자(owner)와 별개로, 이 에이전트를 왜 쓰는지, 계속 쓸지, 권한을 유지할지를 책임지는 현업 책임자(sponsor)를 반드시 한 명 이상 지정하게 했다. 에이전트마다 책임질 사람을 제도로 정해 둔 것이다.

데이터이쿠는 9월 24일 에이전트 관리 제품(Agent Management)을 발표했다. 회사 안 여러 플랫폼에 흩어진 에이전트를 찾아 한 목록으로 모으고, 누가 담당하는지, 들인 비용만큼 성과를 내는지, 위험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고객을 상대하거나 민감한 데이터, 실제 거래를 다루는 에이전트는 인증 상태와 위험 요소, 정기 재점검 결과를 계속 기록해 둔다. 데이터이쿠가 짚은 문제는 단순하다. 기업이 에이전트를 만들고 들이는 속도를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인용한 IBM 조사에서는 자사 AI 시스템 목록을 빠짐없이 최신 상태로 관리하는 조직이 5곳 중 1곳도 되지 않았다.

처음과 지금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는 둘째 문제는 IBM과 오픈AI가 각자의 방식으로 풀고 있다. IBM은 8월 31일 AgentOps 에이전트를 정식 출시하고 9월 3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에이전트가 매번 어떤 순서로 무엇을 했고 어떤 도구를 썼는지 기록을 추적하고, 업무마다 평가 기준을 만들고, 실패 원인을 찾아 지시문을 고친 뒤, 실제로 나아졌는지까지 확인해 준다. IBM은 평가 결과를 계속 들여다보며 지시문을 손볼 전담 인력이 대부분의 팀에 없다는 점을 출시 이유로 들었다.

오픈AI가 7월 22일 공개한 기업용 에이전트 제품 Presence는 배포 뒤의 개선 작업을 아예 제품 안에 넣었다. 실제 상담 기록, 사람에게 넘긴 사례, 품질 지표를 바탕으로 코덱스가 수정안을 내면, 기업이 이를 지금 쓰는 버전과 비교해 보고 승인한 뒤 적용한다. 도입은 오픈AI의 전진 배치 엔지니어(FDE, Forward Deployed Engineer)와 일부 시스템 통합(SI) 업체가 맡는다. 만들어 넘겨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들어간 에이전트를 계속 지켜보며 고치는 방식이다.

7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엔비디아가 에이전트 바깥에서 지킨다

셋째 문제, 곧 에이전트의 행동이 달라져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지키는 일에서 엔비디아는 9월 28일 발표한 오픈 에이전트 안전 플랫폼(Open Agent Safety Platform)을 통해 통제 장치를 에이전트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이 플랫폼은 두 겹으로 되어 있다. 먼저 오픈소스 실행 환경인 OpenShell이 에이전트를 격리된 공간(샌드박스)에 두고, 운영자가 허용한 파일·네트워크·도구·인증 정보만 쓰도록 실행 전에 점검하고 실행 중에도 막는다. 여기에 필요하면 BlueField-4 DPU(데이터 처리 전용 칩)에서 돌아가는 Sentry를 감시 장치로 추가할 수 있다. Sentry는 에이전트가 돌아가는 서버와 떨어진 하드웨어에서 에이전트가 모델을 부르고 도구를 쓰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미리 정한 기준을 벗어나는지 확인하고 곧바로 정책을 적용한다.

에이전트를 샌드박스와 정책 계층, 분리된 하드웨어 감시 장치가 겹겹이 감싸는 구조
엔비디아 오픈 에이전트 안전 플랫폼의 구조를 참고해 다시 그린 도식. OpenShell이 에이전트를 샌드박스에 격리하고 허용 범위를 지키게 하며, BlueField-4에서 돌아가는 Sentry가 에이전트와 떨어진 하드웨어에서 활동을 감시한다. 참고: NVIDIA Technical Blog (2026.09.28).

엔비디아는 에이전트가 원래 맡은 일이나 운영 규칙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드리프트(drift)라고 부르면서, 에이전트의 능력을 유지한 채 학습만으로 이를 없앨 수는 없다고 봤다. 에이전트 안에 넣은 지시만으로는 통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행동은 하지 마”라는 지시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앞의 두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오픈AI 사고에서 에이전트들은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한 연락 수단을 스스로 찾아냈다. 딥마인드 실험에서는 분명히 금지한 행동이 채점을 통과하자 일부 에이전트가 금지 규칙보다 채점 결과를 따랐다.

그래서 에이전트 통제는 두 층으로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행동 조정이다. 메모리를 관리하고, 프롬프트를 고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하고, 어떤 경우에 사람에게 일을 넘길지 정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권한 경계다. 고객 DB 접근, 송금, 외부 메일 발송, 개인정보 반출, 다른 에이전트 호출 같은 권한은 에이전트가 스스로 바꿀 수 없도록 에이전트의 판단과 떼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에이전트의 행동은 고객사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권한의 경계까지 에이전트의 판단에 맡길 이유는 없다.

8제품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사람의 판단이다

이 제품들이 주는 것은 목록과 기록, 비교 결과, 차단 기능이다. 모두 판단의 재료일 뿐, 판단 자체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무엇을 정상으로 볼지 기준을 정하는 일, 경고가 울렸을 때 받아들일 변화와 되돌릴 변화를 가르는 일, 그 결과를 고객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앞의 사례와 제품에서도 곳곳에 보인다. 딥마인드 실험에서는 에이전트 24개가 부정행위를 고발했지만 신고 창구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 IBM은 평가 결과를 들여다보며 지시문을 손볼 전담 인력이 대부분의 팀에 없다는 점을 출시 이유로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마다 책임질 현업 책임자를 반드시 지정하게 했다. 제품 만드는 쪽도 사람이 있어야 관리가 완성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9Agent Steward, 배포 이후를 책임지는 역할

이 판단을 맡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일에 가장 가까운 역할은 FDE다. 고객 현장에 들어가 실제 업무와 시스템을 파악하고, CRM과 사내 문서를 연결하고, 도구와 업무 절차, 권한과 승인 절차를 구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배포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달라진다. 이미 배포된 에이전트가 요청을 거절하는 비율이 왜 바뀌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람에게 넘기는 일이 줄었다면 에이전트가 나아진 것인지, 위험한 일까지 혼자 처리하기 시작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정 도구를 쓰는 횟수가 갑자기 늘었다면 일이 많아져서인지,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서인지 찾아야 한다. 어떤 경험이 메모리에 쌓인 뒤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기록을 남겨 둘지 지울지도 정해야 한다.

이 역할은 Agent Steward(에이전트 운영 책임자)라고 부르면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공식 직무명은 아니고, FDE와 에이전트 운영(AgentOps), AI 거버넌스가 겹치는 일을 설명하려고 붙인 이름이다. FDE가 에이전트를 고객 업무에 붙이는 구축 책임자라면, Agent Steward는 배포된 에이전트의 행동 변화와 운영 기록, 위험을 계속 관리하는 사람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담당자와 별도로 현업 책임자를 두게 한 것도 같은 고민에서 나왔다고 본다. 시장 초기에는 한 사람이 두 역할을 함께 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픈AI Presence에서도 FDE가 구축부터 배포 뒤 개선 작업까지 맡는다.

문제는 규모다. 고객사 100곳에 에이전트를 공급했고 고객사마다 50개씩 돌아간다면 모두 5,000개다. 엔지니어가 에이전트마다 로그를 읽고 메모리를 확인하는 식으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시스템이 먼저 이상 신호를 잡아내야 하고, Agent Steward는 그 신호를 받아 판단한다.

예를 들어 석 달 동안 지켜본 한 에이전트가 일의 18%를 사람에게 넘기고, 한 건을 처리할 때 도구를 평균 2.1번 쓰고, 정책상 예외를 시도하는 비율이 0.3%, 사람 개입 없이 이어서 처리하는 단계가 평균 3.2단계였다고 해보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수치가 각각 7%, 4.8번, 3.7%, 7.1단계로 바뀌었다. 모델 버전은 그대로다.

※ 위 수치는 행동 변화를 잡아내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예시이며, 실제 측정값이나 특정 기업의 데이터가 아닙니다.

사람에게 넘기는 비율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는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알 수 없다. 오픈AI는 Presence의 개선 과정을 거쳐 자사 전화 상담 에이전트가 사람에게 넘기는 비율을 열흘 만에 15%포인트 낮췄다고 밝혔다. 의도하고 검증한 변화였다. 같은 수치가 아무런 검증 없이 바뀌었다면 문제가 된다. 업무가 바뀌었는지, 프롬프트나 도구가 바뀌었는지, 메모리나 다른 에이전트에게서 받은 정보 때문인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모델 드리프트(model drift)와 비슷해 보이지만 보는 대상이 다르다. 모델 성능이 떨어졌는지가 아니라, 에이전트의 행동이 처음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본다. 나는 이런 변화를 행동 드리프트(Behavioral Drift)라고 부르려고 한다. 여기에는 문제가 되는 행동뿐 아니라 의도해서 만든 개선도 들어간다. 엔비디아도 이번 발표에서 드리프트라는 용어를 썼지만, 의미하는 범위는 더 좁다. 엔비디아는 에이전트가 원래 맡은 일이나 운영 규칙에서 벗어나는 행동만 드리프트라고 부른다. 처리 기록 추적, 처음 상태와의 비교, 행동 기준 감시 같은 기능은 이미 IBM과 데이터이쿠,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10B2B 에이전트를 만든다면 준비할 다섯 가지

앞의 세 질문과 남는 문제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B2B 에이전트 제품은 배포 전에 다섯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1. 에이전트별 신원 — 어느 고객사의 어떤 에이전트인지 구분하고, 모델·프롬프트 버전뿐 아니라 도구, 권한, 메모리, 담당자, 만든 날짜까지 함께 관리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올해 2월, 에이전트를 식별하고 권한을 주고 감사하는 문제를 따로 다룬 개념 문서 초안을 냈다.
  2. 배포 첫날의 기준값 — 정상일 때의 승인율, 사람에게 넘기는 비율, 도구 사용 횟수, 평균 처리 단계, 자주 실패하는 유형을 기록해 둬야 나중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다.
  3. 메모리 기록 관리 — 메모리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뿐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언제 넣었는지, 얼마나 믿을 만한지, 행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추적한다. 필요하면 특정 기록만 따로 떼어 두거나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4. 행동 조정과 권한 경계의 분리 — 말투, 판단 방식, 사람이 개입하는 기준은 고객사에 맞게 조정하되, DB 접근·송금·개인정보 반출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은 에이전트 바깥의 정책으로 막는다.
  5. 최종 판단을 맡을 사람 — 어떤 행동 변화를 받아들일지, 메모리를 지울지, 권한을 줄일지, 업무 설계를 다시 할지는 사업과 위험을 함께 이해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경고가 울려도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앞의 네 가지는 소용이 없다.

11자주 묻는 질문

질문 답변
에이전트가 운영 중에 달라진다는 건 모델이 스스로 학습한다는 뜻인가요? 대부분 그렇지 않다. 모델 자체는 그대로여도 메모리, 검색해 온 문서, 사람의 피드백, 도구와 권한, 다른 에이전트가 남긴 정보가 쌓이면서 행동이 바뀔 수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행동 변화는 대부분 이런 경우다.
행동 드리프트는 나쁜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의도하고 검증한 개선도 행동 변화다. 문제는 변화가 기록되지 않고 원인도 모르는 채 쌓이는 경우다. 배포 첫날의 기준값과 변경 기록이 있어야 둘을 구분할 수 있다.
오픈AI 사고 같은 일이 일반 기업용 에이전트에서도 생길 수 있나요? 일반 기업용 에이전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안전장치를 낮춘 내부 평가 환경이었고, 오픈AI는 챗GPT 서비스의 실행 환경과 시스템 프롬프트를 적용하면 인프라 공격 경향이 100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에이전트끼리 정보가 오갈 수 있다는 점은 권한과 실행 환경을 설계할 때 참고할 만하다.

결론 — 1년 뒤에도 처음 맡긴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까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고객마다 데이터와 설정이 달라도, 버전과 설정이 같으면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동작한다고 볼 수 있었다.

AI 에이전트는 조금 다르다. 모델 버전이 그대로여도 메모리를 쌓고, 사람의 피드백을 받고, 도구를 쓰고, 다른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를 읽고, 예전에 처리한 경험을 다시 참고한다. 그래서 출시할 때 한 번 검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난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석 달 전과 비교해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봐야 한다.

솔직히 이 변화가 얼마나 빨리 현실의 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확인한 근거는 대부분 연구 환경에서 나온 사례와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논문, 그리고 이제 막 발표된 제품이다. 고객사별로 쌓인 운영 기록이 실제 상용 에이전트의 행동을 얼마나 갈라놓는지 직접 측정한 자료는 내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아직 없다.

그래도 앞으로 AI 에이전트 시장에는 질문이 하나 더 필요해 보인다. 에이전트에게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에이전트가 1년 뒤에도 처음 맡긴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같은 에이전트를 납품해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사업자가 관리할 대상은 모델 버전을 넘어, 에이전트 하나하나가 무엇을 경험했고 그 뒤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확대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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